일본에서 금융 및 재무 교육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이즈미 마사토가 쓴 이 책은 돈의 기본적인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어떤 책보다도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돈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리뷰를 하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때때로 리마인드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습니다.
1장 부자의 질문
1장은 시작-선택-경험-거울-신용-리스크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은퇴한 유명 운동선수들 중 많은 수가 파산하는 사실을 통해 만만치 않고 가혹하기까지 한 돈의 세계를 소개하는 내용도 기억에 남고 무엇보다 돈을 일종의 에너지로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돈을 에너지로 보는 관점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었으나 사람마다 그러한 열에너지를 가진 돈을 다룰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가지고 있다는 비유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중학생에게 용돈 10만 원을 주면 유용하게 잘 쓰겠지만 1억 원을 주면 제대로 쓰지 못하는 예시도 사람마다 돈을 다룰 수 있는 그릇이 다르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했고요. 결국 저자는 돈을 다루는 능력은 돈을 다루는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은 금액의 돈을 다루기 시작해서 점점 큰돈을 다루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돈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키워나가기를 권합니다.
<신용> 파트는 1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파트였습니다. 이 파트는 '돈은 어디서 생겨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나에게 돈을 가져오는 건 반드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돈은 신용이며 이 신용은 그 사람의 인격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게 적용되는 금리는 나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예인 것입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물건을 매매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건을 사면서 돈을 지불하는 것도 물건에 대한 확신과 물건을 파는 사람에 대한 신용이 합쳐진 것 아닐까요? '부자는 신용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다른 사람의 믿음에 부합하려고 한다', '그렇게 쌓은 신용은 커다란 돈을 낳고 그럼으로써 가질 수 있는 돈의 크기는 자연히 커지며 그리하여 또다시 그 사람의 신용도가 상승한다'는 말은 평생 마음속에 새겨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2장 부자의 고백
기회-부채-소유-계획-장사-가격-오판의 순으로 진행되는 2장은 장사의 시작과 쓸쓸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가게를 열고 얼마 못가 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동안 잘 되는 듯 보였던 가게가 어느 날 보니 사라진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 속사정들은 다 제각각이겠지만 이 책에서는 한 예를 보여줍니다. 은행을 다니던 사람이 친구의 권유로 기회를 잡아 주먹밥 가게를 야심 차게 준비하고 성공하여 돈을 많이 벌었으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망하게 됩니다. <부채> 파트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빚에 대한 개념을 되짚게 되었는데요. 빚은 조달한 돈이고 금리는 조달 비용으로 사실 조달 비용만 계속 감당하면 빚은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제 뒤통수를 치는 것 같았습니다. 회사나 개인이 파산하는 것은 빚 때문이 아니라 수중에 돈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제가 가지고 있던 빚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고 빚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든 돈이 많으면 여유에 넘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주먹밥 가게 사장의 고백을 듣고 있노라면 그 돈을 담을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들인 많은 돈은 오히려 여유를 잃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유를 잃으면 돈에 휘둘리게 되고 결국 중요한 순간에 오판을 내리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릇을 만드는 데 시간을 가지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돈의 지배를 받지 않고 돈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가치와 가격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가치를 분별하는 힘을 키우는 것은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가치를 분별하는 기준은 투자 대상의 과거 경력이고요.
3장 부자의 유언
3장은 파멸-도산-그릇-사람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업에 성공한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이 절대 아닙니다. 사실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죠. 많은 부자들이 자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회를 얻고 행운을 얻습니다. 운이 좋아 성공한 것을 스스로가 잘나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오만함은 우리를 순식간에 파멸로 이끌 수 있습니다. 돈은 결코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도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돈은 자신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만 원, 10만 원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돈을 다루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10만 원을 유용하게 쓴 경험은 10만 원의 그릇이 되어 줄 것입니다. 10만 원을 신중히 다루다 보면 100만 원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것은 곧 1,000만 원, 1억을 다룰 수 있는 근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가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나에게 들어온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야 1장 부자의 질문에서 노인이 한 말이 이해가 됩니다. "지금 자네는 1,000원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네." 1,000원을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더 큰돈을 다룰 수 있겠지요.
책 '부자의 그릇'이 내게 준 가장 큰 메시지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제게 가장 큰 파문을 주었습니다. 신용은 지난 행동들의 결과이고 지난 행동은 하루하루 사고해온 결과라는 말은 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내가 매일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내 신용을 만든다는 것이고 그 신용은 곧 돈이기 때문에 결국 내 하루하루가 내 돈을 만든다는 말이 됩니다. 이 전체 이야기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그러한 우리의 욕망을 대변하듯 시중에는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아주 많이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들을 본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관련된 책을 읽으며 대리 만족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결국은 내가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자의 그릇'은 돈을 다루고 있지만 돈을 좇기보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돈에 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특성을 짚어주며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그릇을 키워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