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책을 많이 읽었음에도 읽었다는 사실 외에 남는 게 없어 답답했던 분들, 더 이상 수동적으로 책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독자가 아니라 책 내용을 적극적으로 내 것으로 활용하여 재생산해 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을 소개합니다.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우리는 더 많은 삶의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을 것입니다.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overview
- chapter 1 왜 공부해야 하는가
- chapter 2 어떤 대상을 찾아서 공부할까
- chapter 3 어떻게 책을 읽을까
- chapter 4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라, 반복하라, 축적하라, 발효시켜라)
목차를 보니 좀 뻔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드는 분들 계시죠?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들으려고 오디오북으로 재생했다가 다 듣고 텍스트로 진지하게 한번 더 정리해 본 책이랍니다.
일단 목차에 뜬금없이 '공부'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이 책의 저자 장경철은 공부란 나를 알아가고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한 길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공부의 한 방법으로 '책 읽기'를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서법에 관한 책이 공부로 시작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공부할 대상 중 하나인 지식과 정보, 그리고 그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대표격인 책으로 자연스레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며 챕터 3, 4에서는 책 읽는 방법에 관한 핵심 내용들이 나오게 됩니다.
chapter 1과 chapter 2 "공부"
사람에게 왜 공부가 필요한지에 대해 저자는 인간의 특성으로 '세계 개방성'을 소개하며 흥미로운 예시를 들려줍니다. 개미나 여우와 같은 동물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개미가 여우가 되거나 여우가 개미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동물들은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존재 자체가 결정되어 있어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공부하지 않으면 비인간화되거나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발견된 늑대 소년이 그렇습니다. 이 소년은 발견되었을 때 늑대와 같이 네 발로 기어 다니고 늑대 울음소리를 내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죠. 늑대가 사람들 사이에서 컸다고 늑대가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사람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즉, 사람은 미완성의 존재이자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서 공부를 통해 배워나감으로써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를 멋진 존재로 만들어 줄 공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로 다음 질문이 넘어가게 됩니다. 무엇으로 나를 채워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첫째, 글자, 즉 책으로 대표되는 문서화된 자료를 읽고 둘째, 우리가 속한 자연과 환경, 즉 일상생활을 관찰함으로써 배움을 얻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 읽기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살펴보니 그 부분은 일단 두고서 자연, 사람, 사회, 역사, 자신 등 일상을 관찰함으로 내 사고와 정신의 지평이 확장된다는 부분을 보면 여기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동의하는 바인데요.
추상적인 접근은 시간과 횟수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가 보이지 않고 추상적인 접근은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뭉뚱그려 보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존재들을 자세히 살펴보려 할 때 우리는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chapter 3 "어떻게 책을 읽을까"
chapter 4와 함께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의 핵심 파트입니다. 일단 어떻게 책을 읽을까에 대한 이야기부터 정리하면 첫째, 금방 까먹을 것은 읽지도 마라는 것입니다. 가치 있는 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공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며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경험과 내 생각 속에 그것이 거주하도록 그것을 대하는 시간과 횟수를 늘려야 합니다. 그러니 선택과 집중을 하여 금방 까먹을 만한 내용을 받아들이려 불필요한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둘째, 메모하고 노트를 만들어라. 셋째, 반복하고 활용하라. 이것들은 책의 좋은 내용들을 평상시에 내 것으로 만들어 놓는 작업입니다. 메모하고 노트를 하면서 시간을 들이게 되고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봄으로써 기억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우리의 뇌 속에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재생산하고자 하는 분들은 꼭 이 습관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넷째, 중요 단어를 정복하라.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요. 단어 하나만 그 뜻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있어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평상시에 쓰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은근히 무지할 때가 많습니다.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맥락에 맞지 않는 단어를 쓰며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저자도 토론 중 토론이 답보 상태일 때는 핵심 단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쟁점 및 대안을 찾는 것과 고전을 읽는 것에 대해서도 책에서 언급되는데 이 부분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chapter 4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까"
이 챕터가 현재 미디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파트입니다. 외부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내고 이를 유통하고 생산하는 역할까지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말이지요.
첫째, 생각하고 상상력을 기르라. 저자는 어떤 자료를 읽었다면 꼭 30분 이상 그 내용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들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만약 공부한 자료를 읽기만 하고 이에 대해 생각하며 제대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시간 낭비만 하는 것입니다.
비집고 튀어나오는 기억이 있습니다. 재수할 때 노량진에서 종합반, 단과반 등 수없이 많은 수업을 수강하며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였던 과거를 돌아보며 제가 하는 후회 중 하나가 바로 이 저자가 말하는 바와 일치합니다. 특히 수학에 약했던 저는 수학 단과만 3개를 수강하는 웃긴 짓을 벌였는데요. 결국 수업 듣기 바빠서 수학 문제들을 충분히 풀면서 제 실력을 올리는 시간은 없었죠. 중요한 것은 나의 수학 실력을 올리는 것인데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수강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위안받고 있었던 저는 시간 낭비 돈 낭비만 제대로 했던 겁니다.
이 책의 저자는 생각하라고 강조하며 그 방법 역시 세 가지로 제안합니다. 생각의 틀, 읽기와 쓰기, 그리고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것인데요. 여기서 생각의 틀이란 책을 읽기 전에 제목과 목차 등을 통해 책의 내용을 생각해 보는 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요새는 독서전 활동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절차입니다. 이것이 곧 생각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며 이 틀을 형성한 독자는 책을 능동적으로 읽으며 책의 내용을 흡입력 있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책을 읽는 도중 우리는 책의 진도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사색을 통해 생각하는 훈련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책을 읽은 후에도 읽은 내용을 되새김질하며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요. 독후 활동을 할 때 우리는 읽고 흡수한 것을 그대로 가지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 내 안에 있는 여러 정보 및 지식들과 연결하고 활용하여 나만의 창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반복하라. 여기서 저자는 배움의 4단계를 설명합니다. 1단계는 '무지의 무지' 단계로,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단계입니다. 재밌죠? 2단계는 '무지의 인식' 단계로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는 단계입니다.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수없이 반복되고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모르는 내용이라도 자꾸 접해야 내가 이걸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단계는 '의식적 앎'의 단계입니다. 자기가 어떤 것을 아는지 의식적으로 아는 단계라고 합니다. 지식이 머리에만 담겨 있는 것이죠. 그리고 4단계는 '무의식적 앎' 단계입니다. '앎'에 물들어 있는 단계로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그 지식이 내게 배어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3단계에서 4단계로 가는 과정에도 역시 반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비유를 들려주는데요. 100권의 책을 아무 생각 없이 읽는 것은 가능하나 1권의 책을 100번 읽는 것은 절대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책을 100번 읽는데 어떻게 변화가 없을 수 있겠냐는 거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호흡 역시 이를 계속 반복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기적이 펼쳐지는 것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려고 할 때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기적과 같은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셋째, 축적하라. 반복은 결국 축적하여 변화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따라서 메모와 노트를 통해 공부한 것들을 잘 축적시켜 놓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것들을 연결하고 해체할 때 우리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거나 내용을 재구성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넷째, 발효시켜라와 연결됩니다. 반복과 모방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고 지평을 넓히는 것이죠.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리뷰를 마치며
시중에 책을 잘 읽는 방법에 대한 서적들과 강의들이 참 많습니다. 발췌독을 해라, 통독을 해라, 많이 읽어라 또는 많이 읽지 마라 등 여러 의견과 주장들이 난립하는데요. 그래서 이 책을 펼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읽고 난 뒤에는 정리해 두고 잘 따라가 보고 싶은 책이 됐습니다.
저의 리뷰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지만 어느 대표가 필독서로 강력 추천했다고도 하고 중간중간 찰떡같은 비유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만약 저처럼 왜 이렇게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을까 고민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